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정치권 전체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안 교수는 2일 오후 서울 연희동 서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2011 청춘콘서트' 참석에 앞서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결심 단계는 아니다"라며 사실상 출마를 심각하게 고심 중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안 교수는 강연에서도 "우리 사회가 어렵고 제 나이 때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나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나중에 고민을 하고 결심이 서면 직접 말씀드리겠다. 지금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 이 정도까지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명박 정부 들어 미래기획위원회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이미 지난해부터 국무총리 후보자 하마평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데다가 IT 벤처기업가 출신으로 차세대 젊은 지도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왔다는 점에서 안 교수는 보수와 진보 진영 양쪽 모두로부터 영입 대상으로 지목돼왔다.
그동안 정치권의 러브콜을 물리쳐왔던 안 교수가 기존 정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에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야 각각 십여명의 후보들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여야 모두 후보 압축 작업은 한결 같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미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 후폭풍과 곽노현 교육감의 돈거래 의혹 등으로 한 차례씩 서로 공방을 주고 받은 바 있다. 정치권에는 안 교수의 출마는 팽팽한 여야 대치 형국의 10·26 재보선 판도를 송두리째 무너뜨릴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엄습하고 있다.
복지 당론을 비롯한 정기국회 전략을 고심하기 위해 모인 한나라당 연찬회는 '안철수 출마설'로 뒤숭숭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2일 연찬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철수가 나오면 내일은 영희도 나오겠네"라고 농담을 던진 뒤 "무소속으로 나온다면 우리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안 교수가 대기업 중심의 사회경제구조에 부정적이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는 점에서 야권 표를 잠식할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친박(친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당내의 후보만으로 필승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 아니냐"며 "우리 당에서 영입을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안 교수의 출마설로 10·26 재보선을 위해 마련 중이던 선거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교수의 출마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만약 출마하게 된다면, MB정부 심판이나 오세훈 전 시장의 잘못된 시정을 부각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아예 구도를 다시 짜야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나라당-민주당-안철수'의 3자 구도에서 대여공세에만 주력해 미래비전 제시에 소홀하면, 자칫 한나라당과 안 교수 측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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